자유계시판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최윤영(연산동) 2017. 8. 4. 22:47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나는 아무래도 다시 산으로 가야겠다

그 외로운 봉우리와 하늘로 가야겠다  

묵직한 등산화 한 컬레와 피켈과 바람의 노래와

흔들리는 질긴 자일만 있으면 그만이다

산 허리에 깔리는 장미빛 노을 또는

동트는 잿빛 아침만 있으면 된다

 

나는 아무래도 다시 산으로 가야겠다

혹은 거칠게 혹은 맑게

내가 싫다고는 말못할 그런 목소리로

저 바람소리가 나를 부른다

흰구름 떠도는 바람부는 날이면 된다

그리고 눈보라 속에 오히려 따스한 천막 한 동과

발에 맞는 아이젠 담배 한 가치만 있으면 그만이다

 

나는 아무래도 다시 산으로 가야겠다

떠돌이의 신세로 칼날 같은 바람이 부는 곳

들새가 가는 길 표범이 가는 길을 나도 가야겠다

껄껄대는 산사나이들의 신나는 이야기와

그리고 기나긴 눈 벼랑길이 다하고 난 뒤의 깊은 잠과

달콤한 꿈만 내게 있으면 그만이다

 

<원글: 존 메이스필드의 Sea Fever>

 

여성 최초로 히말라야 14.. 

여기는 안나푸르나!

태극기 휘날리는 모습이 화면 가득차면서 은근리 흥분됩니다.

어제 오은선 대장이 안나푸르나 정상에 오르면서 여성으로는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등정에 성공하는 장면이 감격적이었습니다.

 

위에 시는 언젠가 낭독의 밤이란 티브이 프로에 출연한 오은선 대장이

낭송한 시인데, 원작은 존 메이스 필드가 쓴 "바다의 열정"입니다.

물론 원작은 바다에 관한 시라서 내용은  위에 시와 다릅니다.

그 시를 평생 산을 사랑했던 김장호 선생이 패러디한 글입니다.

 

트레킹만 주로 하는 나로서는 실감이 나진 않지만

산 에서 볼 수 있는 저녁 노을, 아침 해뜨는 장면,

바람소리, 산 사나이  등의 단어만으로도 마음에 감흥이 일어납니다.

 

불빛이 너무 많은 도시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산 속의 밤 풍경,

하늘엔 헤라 여신의 젖이 뿌려져 만들어졌다는 우윳빛 은하수가 흐르고

어쩌다 긴 꼬리를 날리며 떨어지는 운석들의 여운이 눈에 선합니다.

그런 장면들은 불빛이 없는 밤 산에 올라야만 볼 수 있습니다.

  

산에 오르면 누구나 친구가 되고 이웃이 되어

내 것을 나누어 남에게 주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어 좋습니다.

지나는 사람들에게 빈 말이라도 나누는 인사 속엔 정이 흐릅니다.

사람은 곧잘 분위기에 잘 동화되는 감정의 동물이라서 그럴 것입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며 아파하고 상처를 입기도, 입히기도 했던

오염되었던 마음들을 조금은 내려놓고 올 수도 있는 산,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오염도 될테지만 가끔 비워내는 반복만이라도 좋습니다.

가끔 산에 들어 나를 잊고 산의 일부가 되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내 마음에도 늘 푸른 산이 나를 정화하면서 머물렀으면 좋겠습니다.

 

*산에 들어가 산의 일부가 되었듯이 그 산을 내 마음으로 옮겨왔으면 좋겠다.

듬직한 산을 닮아 누가 뭐래도 쉽게 화내지 않고,  동요하지 않았으면 좋겟다. 

경사급한 산으로 오르면서 내뱉었던 거친 호흡, 그것을 참아내야

정상에서 시원한 바람 한 줄기 받으며 흡족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 것처럼

때로 어떤 삶의 고통이나 어려움 앞에서도 의연하게 인내와 의지로 나를 이겼으면 좋겠다.

내가 나를 이길 수 있다면 나는 그 어떤 세상에 대한 실패와 고통 앞에서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다.

내가 늘 넘어야 하는 산은 바로 내가 나를 이기는 산이며,

내가 올라야할 산도 바로 나를 이기는 산이다. 내가 곧 산이다.*

 

오은선, 여성 최초 8천m 14좌 완등

 

오은선 대장 2009년 9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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